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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1079호] 바닷물을 옮기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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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3-03-26 17:19 조회1,2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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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을 옮기는 소년


 

야스퍼스는 [철학입문]에서
“철학이 독단론으로 변질되면,
즉 공식적이고 결정적이고 완전힌 지식이 되면,
이는 철학 자체를 배신하는 것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도중에 있는 것이다.
철학에서는 질문이 해답보다 더 본질적이다.
모든 해답은 새로운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앙드레 베르제, 드 니 위스망 공저/남기영 옮김/
인간학‧철학‧형이상학[프랑스 고교철학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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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기 최대의 철학자요,
신학자였던 성 어거스틴이
어느 날, 해질 무렵 바닷가를 혼자 산보하고 있었습니다.
유한한 삶에 한계와 초초함을 느끼면서,
그리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은 없는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그러다가 천진난만하게 생긴
한 소년이 표주박을 가지고
바닷물을 모래밭에 파인 웅덩이에다 퍼붓고 있어
왜 그렇게 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네, 저는 이 작은 표주박을 가지고
이쪽에 있는 바닷물을
저쪽에 있는 웅덩이에다 퍼서 옮겨 보려고 합니다.
한번 작정한 일이니
평생이 걸리더라도 기어코 해내고야 말 작정입니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어거스틴은 기가 막혔지만,
잠시 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과연 나는 무엇이고,
또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것은 단지 질문이고 과정일 뿐
아마 답을 찾지는 못할 것입니다.

철학교수인 쥴 라슐리에(Jules Lachelier, 1832~1918)가
뚤루주에서 처음으로 교사생활을 시작할 때,
개강 강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내놓고,
그리고 그 스스로 <나는 모른다!>라고 해서
학생들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삶의 근본 문제를 파헤치는
철학 교수라 하여 기대했는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고 하니
어쩌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여
평범한 사람들을 더욱 헷갈리게 만듭니다.

시지프의 신화에서는
돌을 굴려 정상에 올라가면
다시 굴러 떨어지게 되고,
또 다시 굴려 올라가면
다시 떨어지는 일이 무한이 반복되는 것을 통해
인간의 삶의 어려움과 한계를 비유하여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닷물을 표주박으로 떠서 옮기겠다는,
불가능 앞에서도 느긋이 도전하는 소년의 태도에서
어거스틴이 깨달은 것처럼,
그 소년같이 그렇게 살아야하고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 자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팍팍한 삶에 대한
작은 위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글 : 밝은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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