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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1111호] 잡초와 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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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3-09-16 17:41 조회1,2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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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야초


 

그 동안 내가 뜯어먹은 잡초만 해도
서른가지가 넘는다.
사실 저마다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맛있고, 향긋한 풀들을 싸잡아서
‘雜(잡)’을 붙여 부르는게 미안해
나는 어느 때부턴가
그 흔한 풀들을 야초라 호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2013.08.29., 고진하(시인),‘야초비빔밥’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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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하 시인은 ‘야초비빔밥’이라는 글에서
매일이다시피 흔해빠진
잡초라 부르는 풀들을 뜯어다
살짝 삶아 밥에 비벼먹곤 한다고 합니다.
꽃다지, 개망초, 민들레, 왕고들뻬기,
씀바귀, 쇠비름, 참비름, 뽕잎,
모시물퉁이, 새삼, 토끼풀, 돌나물,
질경이, 환삼덩굴, 달맞이꽃… 등등.

일반적으로 ‘잡초’라고 하면
쓸모없는 풀, 가치없는 풀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고진하 시인이
산야초 도감을 구해 살펴본 결과
가치없는 풀은 없었습니다.
토끼풀은 두통과 지혈, 감기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추밭 고랑 같은데에 많이 나는
생명력이 질긴 쇠비름은
암, 관절염, 당뇨에 좋다고 하며,
울타리 밑이나 논밭가에 돋아나
손등이나 팔뚝 같은데 긁히면
심한 상처를 내게하는 환삼덩굴은
고혈압이나 위장 질환에 좋고
소변도 잘 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고진하 시인은 이렇게 흔한 풀들을 뜯어 먹으며
‘흔한 것이 귀하다’는 것을 자각한다고 합니다.
즉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풀들이
나를 살리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시형 박사는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라는
저서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사전엔
잡초란 이름의 풀은 없다고 전합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풀마다
나름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어느 산야든
자연이 베푸는 천연 슈퍼마켓이
열려 있다고 합니다.
우리 산야 지천에 널린 풀들 어느 하나도
식용, 약용이 아닌 것이 없는
자연의 약국이라는 것입니다.

이시형 박사는 도시인들이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풀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면서
싱싱하지도 몸에도 좋지 않은
슈퍼의 나물은
비싼 돈 주고 사먹는다고 지적합니다.
지천의 약용식물을 외면한 채
가공품 심지어 화학약품에까지
비싼 의료비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자연이 갖는 존재가치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입니다.

<글 : 無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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