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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931호] 윤리적인 타자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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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1-08-30 18:19 조회1,6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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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인 타자되기

내가 다른 존재가 되려는,
내 몸 자체가, 내 행위와 기분, 감정 모두가
타자가 되려는 노력이 없이는
진정한 윤리는 불가능하다.
자기 자리에 앉아서 자기의 동일성에는
흠 하나 내지 않으면서
윤리를 이야기하는 것만큼이나
위선적인 것도 없다.


<이정우, 경향신문 2011. 8. 29.‘윤리적인‘타자-되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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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마다 자신만의 고유함이 있어서
완전하게 동일성을 갖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동일시하려고 하여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의 입장에서 타자를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자기동일성’도 그렇지만
나를 버리고 타자와 동일시하려고 하는
‘타자동일성’도 결코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

중국 노나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새가 날아와 노나라의 교외에 머물렀습니다.
왕은 그 새에게 소, 돼지, 양을 갖추어 대접하고
음악을 연주하여 새를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새는 오히려 걱정하고 슬퍼하여
눈이 어지러워져 전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습니다.

왕은 새에게 여러 가지를 제공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새에게 대접했던 것입니다.
새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다른 타자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자기동일시가 심화되어 자신이 베푼 호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반대로 새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게 된 후
새가 좋아하는 것을 왕도 먹으려한다면
‘타자동일성’이 되는데,
상식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왕은 왕이고 새는 새입니다.
왕이 새가 될 수도, 새가 왕이 될 수도 없습니다.
왕은 왕에게 적합한 것을 먹고,
새는 새에게 적합한 것을 먹어야 합니다.
왕이 새를 배려한다면 새가 좋아하는 것,
새에게 적합한 것을 주는 것이고,
이것이 진정 ‘윤리적인 타자되기’입니다.

‘자기동일성’이나 ‘타자동일성’은 획일성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데서부터
‘윤리적인 타자되기’는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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